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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설] 0의 살인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탐정소설

Zen.dlt 2016. 4. 9. 15:58

아비코 다케마루의 소설 「0의 살인」. 주인공 하야미 경부보는 후지타 가쓰 친인척 사이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동생 신지와 이치오에게 자문을 청한다. 사건은 2월에 시작되어 몇 달에 걸쳐 이어지고, 하야미는 12월 중에 두 동생과 앉아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구조이다. 각 사건과 세 남매의 이야기 장면은 액자식으로 번갈아 가며 나온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상영하는 느낌으로, 작가가 소설 맨 앞장 부터 독자에게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당신이 고려해야 할 용의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라고 하며 독자가 능동적으로 추리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편집방법을 좋아하진 않는다). 이야기 시작 전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용의자가 직접 화자가 되어 살인 전의 심정과 계획을 고백한다. 이런 식의 구성을 해서 얻을 수 있는 묘미는 책 말미에 가면 드러나게 된다. 

연극을 
상연하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무성영화 스타일이 보이기도 한다.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 장면에 대한 묘사, 또는 인물의 감정 표현 등이 과장되어 있다. 이런 스타일은 아비코 다케마루가 「탐정영화」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영화에 대한 애착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장면 전개가 탐정 소설에서 무거움을 모두 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모두 의도된 연출임에는 틀림없다. 세 남매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서 숨이 멎도록 눈물까지 흘리며 폭소 하는 장면 자체가 전면적으로 코믹성을 드러내고 있다. 애초에 아비코는 연쇄 살인 사건 속에 숨어있는 우연성과 인생의 덧없음 등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다행히도 이 작품은 아비코의 충격적인 화제작 
「살육에 이르는 병」이 출간되기 전에 발표 된 작품이다. 가벼움과 약간의 엉성함을 납득하고 만다.  「0의 살인」, 「미륵의 손바닥」은 결말이 빤히 보인다는 한계가 있지만, 「미륵의 손바닥」 이야기 전개는 「0의 살인」보다 치밀했다. 「탐정영화」는 군더더기 잡설이 많지만 「미륵의 손바닥」에 비하면 짧은 분량임에도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살육에 이르는 병」은 충격적인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위의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무거운 맛을 보여준다. 역시 나는 「살육에 이르는 병」과 「탐정 영화」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