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tante Zen
[서평/자기계발]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사우) 본문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직업의 귀천이 강하고, 삶의 방향에 대한 일관성이 강조되어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 되고는 한다. 그렇다보니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기실현을 하는 사람을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도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건전한 의미에서의 개인주의와 자아 실현이 지지를 받는 추세다. 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듯 남들과 다른 길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의 경험이 이야기 거리가 된다. 그런 이야기들은 현재 사회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명성, 부라는 가치에서 한참 동떨어진 직업을 택한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과 행복을 보여주며 진짜 자기의 즐거움을 따라 인생을 자주적으로 살아가야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직업에 종사 했던 게 아니라, 남들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직업군에 종사하다가 회의감을 느끼고 인생을 전환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은 그런 사람들 10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난 8 명의 사람들이다. 글쓰기라는 개인적 취미를 통해 자아 실현을 이루는 사람들이, 닮은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 하고 책으로 엮어냈다. 책을 통해 자기를 격려하고 경험과 감각을 공유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에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은 10 인의 열정 분투기"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열 명의 주인공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의 길을 걷고 있다가 회의감을 느끼고는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모험을 했다는 점이다. 선택을 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꿈, 재능, 평소의 취미 생활을 직업으로 실현시켰고, 그 결과 화가, 농부, 요리사, 양조 전문가 등이 되어 전에 못 느끼던 즐거움과 만족감, 살아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화가 김미경 씨는 "무면허가 설친다." 라는 비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꼭 전공자만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건 아니라고 전한다. 그림을 그릴 때의 즐거움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고백한다. 김미경 씨의 인터뷰는 인생 전환이 단순히 새로운 길을 걸어간다는 개인적 도전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에 대항하는 과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관을 과감히 그만두고 우동 가게 사장이 된 신상목 씨의 인터뷰는 직장을 버리고 자아실현을 하는 시도에 있어서가장 중요한 면을 강조한다.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겁니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워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어서, 뜨거운 열망이 있어서 이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어봐야 하죠." 이는 현실 도피를 위해 직종 전환을 하는 건 오히려 방향 상실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는 그런 도피적 행위에 따른 또 한번의 실패가 '도전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더욱 더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도 하다.
상담 심리사가 된 김영숙 씨의 이야기에사 강조되는 "늦은 때라는 건 없다." 는 내용은 사실 열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인터뷰 대상자인 열 사람의 이야기들은 모두 늦은 때는 없지만, 더 늦기 전에 진짜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면 삶의 만족도가 증가함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은 보편성이나 획일화 된 가치관을 벗어나 다양한 삶의 양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질적인 면에서 볼 때 느리고 적은 것들이,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볼 때는 보다 큰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가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반대로 그런 책도 생각이 난다. 도리어 보편적 직업 체계에 대한 열망을 갖고 죽을 노력을 다 해 보편적 성공 가도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다 보니 책의 메세지를 다시 정리 해야겠다. 보편성이니 획일성이니 물질 만능주의니 이런 것들을 다 떠나서, 결국 각자 현재 걷고 있는 길에 대해 확신이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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