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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서평/소설] 미쓰다 신조 집 3부작 (1) - 흉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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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설] 미쓰다 신조 집 3부작 (1) - 흉가

Zen.dlt 2016. 5. 2. 10:32

미쓰다 신조가 2007-2010년에 걸쳐 쓴 집 시리즈 3부작의 첫번째 「흉가」가 국내 출시됐다. 새로 이사간 시골 산 속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일을 담고 있는 소설로, 이미 「사관장」과 「백사장」에서 선보인 적 있는 '뱀신'이 소재로 쓰이고 있다. 작가가 같은 소재를 반복하며 새 책을 내는 게 썩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은데, 아마 이게 「흉가」에 대한 국내 평이 전반적으로 낮은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쇼타라는 열 살 소년은 어릴 적 부터 재앙이 닥치기 전에 미리 불안함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누나 사쿠라코, 여동생 모모코와 함께 안라 시에 있는 시골 산 속 동네로 이사가던 중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이사가길 꺼려한다. 산을 싹둑 깎아내리고 그 자리에 지은 2층집은 산을 향해 무의미해 보이는 복도와 문이 나 있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 쇼타는 이층 안쪽 방을 차지했는데, 창 밖에는 산 속에 위치한 또 다른 허름한 집이 눈에 띤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쇼타는 집 안에서 검은 그림자 형체의 인간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는데, 동생 모모코도 쇼타에게 '히히노가 찾아왔다'고 하며 낯선 사람들이 밤마다 자신을 찾아온다고 이상한 소릴 한다. 걱정이 된 쇼타는 산 속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이사 온 집에 먼저 이사왔던 사람들도 집에서 이상한 일을 겪지 않았는지 조사한다. 쇼타는 조사 중에 알게 된 마을 소년 코헤이와 친해지게 되고, 닥쳐 오는 불안한 미래를 막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도 한다. 

이 책 안에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쇼타 가족을 피하는 마을 사람들. 코헤이 옆 집에 사는 음침한 여대생. 마을 당주의 마지막 남은 후손인 미친 노파 센. 산 속에서 쇼타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 그리고 모모코에게만 보이는 히히노 등의 괴이한 존재. "산에서 그것들이 내려온다" 라고 하는 신앙이 바탕이 되어 주변의 괴상한 사람들, 그리고 집 조차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쇼타의 걱정은 멈추지 않는다.어린애답지 않은 상상력으로 다양한 가설을 세우면서 쇼타는 마을과 집의 비밀에 접근한다.


(역시 의태어로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문장들)


그나마도 이 책은 일본인들에게는 식상하게 여겨질만한 소재를 많이 갖고 있다. 미쓰다가 즐겨 쓰는 요소들이 여전히 녹아 들어 있어, 뒤가 충분히 예상되는 책이다. 일본어에 익숙치 않은 국내 독자에겐 오히려 신선한 매력을 선사할 여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감이 있다. 미쓰다의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탈출이나 싸움 등 긴박한 장면에서 열살 소년이 그 만큼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정도이다. 열살 소년에게서 나올 거라 생각되지 않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장면도 있어 위화감이 들긴 하지만. 덧붙이자면, 번역된 말투가 열살 소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너무 노숙한 말투여서 어색한 것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2013년에 「사관장」, 「백사장」이 나왔다. 좀 더 보완된 두 권의 뱀신 관련 호러 소설을 내기 위해 먼저 연재된 거라 생각하고 읽으면 프리퀄 같은 느낌도 들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