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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설] 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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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설] 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Zen.dlt 2016. 5. 5. 11:22

처음으로 읽어보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와 연관된 책으로 검색이 되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미스테리와 블랙 조크 감각을 잘 섞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총 다섯 작품이 연작 기담이 실려있고, 감금이나 의문의 죽음, 살인 등을 다루며 꽤나 산뜻한 반전을 보여준다. 「특별요리」와 관련되어 있는 건 마지막 단편 속에서 환상의 양고기라는 '아미르스탄 양'이 언급되기 때문이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특별한 공간감각을 갖고 있다. 실제 무대가 되는 장소가 고풍스러운 일본식 저택이거나 서양식 호화 별장이곤 한다. 저택 안에는 사람을 가두는 별관, 창살방, 지하실 등의 폐쇄적인 장소가 나와 무겁고 음침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주인공 여자들이 연관되어 있는 여자대학교의 독서모임 '바벨의 모임'이라는 무형적인 공간은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비밀의 공간이기 때문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상류층 여학생들로 구성된 '바벨의 모임'은 대체 뭘까)


공간 이외에 인간관계도 특유의 일본 사회성을 보여준다. 종가와 분가의 구도, 근대까지 이어져 온 시녀살이, 사람을 선택적으로 사귀는 상류층 사회 등, 가족과 고용인, 사회인의 측면에서 인물들의 입장과 심리를 다룬다. '바벨의 모임'과 관련된 소녀들은 고된 현실을 잊기 위해 허구의 세계인 책 속에 빠지는데, 결국엔 현실과 허구의 분간이 불가능해지고 만다. 옛 상류층 집안 소녀들의 고뇌나 고민을 이해해보는 반면, 어디까지나 어리광에 지나지 않는 듯한 어리숙한 모습을 비웃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바벨의 모임' 에서 주로 읽는 책들도 미스테리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소개 되고 있다. 특히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가 나오야 같은 근대 순문학 소설가들과 더불어 이즈미 교카나 유메노 큐우사쿠 등의 환상소설가, 요코미조 세이시나 에도가와 란포 같은 추리소설가를 언급하는 부분이 반가웠다. 시대감각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경지'라고 한다. 이전엔 하이틴 스타일의 추리소설을 주로 썼기 때문이라고. 애드거 앨런 포나 에도가와 란포의 광기, 히가시노 케이고의 유머러스함을 연상시키는 「덧없는 양들의 축연」같은 작품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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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탄잔 가문의 후계자 탄잔 후키코는 비밀 책장을 만들어 독서를 탐미한다. 어릴적부터 책을 공유하던 시종 무라사토 유우히는 후키코가 대학에 진학하여 집에서 나가자 점점 후키코에 대한 독점욕을 키워간다.

2. 북관의 죄인
센닌바라 지방 무츠나 가문의 숨겨진 딸 우치나 아마리는 어머니가 죽자 무츠나 가문에 찾아가 거둬줄 것을 부탁한다. 아마리는 현 당주이자 이복 오빠인 코지에게 허락을 얻어, 북관이란 별관에 감금된 첫째 이복오빠인 소타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냉혹한 형제 사이와 소타로의 기이한 행동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3. 산장비문
산 속에 위치한 타츠노 카몬의 별장 비계관의 관리를 맡고 있는 여성 야시마. 야시마는 열심히 별장을 관리하지만 주인 타츠노는 물론 아무도 이 별장을 찾지 않는다. 어느 겨울날, 야시마는 오치라고 하는 조난자를 발견하고 비계관에 데려와 간호를 하고, 오치를 찾는 산악 동호회 회원들이 비계관을 찾아 오지만 야시마는 오치가 비계관에 있다는 걸 의도적으로 숨긴다. 그러곤 오치를 찾을 때까지 머무르라며 계속해서 손님 대접을 한다. 가장 딱딱하고 괴기함은 절제된 느낌이다. 

4.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
오구리 가문의 차기 당주 스미카는 여대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남동생이 태어나자 엄한 할머니에 의해 집 창살방에 갇힌다. 어릴 때부터 자매처럼 지낸 고용살이 타마노 이스즈는 스미카가 창살방에 갇히자 이젠 스미카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결국 창살방에서 죽음을 맞이할 지경이 된 스미카는 마지막 순간에도 이스즈를 그리워하는데, 놀랍게도 다시 정신을 차리자 집안엔 큰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생각보다 따뜻한 여운이 남은 작품. 

5. 덧없는 양들의 만찬
오데라 마리에는 회비를 연체해서 '바벨의 모임'에서 제명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또 아버지가 나츠라고 하는 고급 요리사를 고용하여 허영부리는 음식을 주문하고 미술에 조예도 없으면서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을 마음 속으로 조롱하고 있다. 나츠의 지나친 금액 요구에 마리에의 아버지도 점차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 마리에는 나츠에게 '아미르스탄 양 요리'를 요구한다. 그러곤 양들이 사는 지역이 있다며 '바벨의 모임' 의 여름 휴양지 다테누마를 알려준다. 이윽고 나츠는 양 요리 재료를 입수해 오데라 가문으로 돌아온다. 제목의 '덧없는'이란 표현에서도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지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