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tante Zen
[소설] 술래의 발소리(미치오 슈스케) - 느닷없이 던지는 마무리 펀치 본문
이걸 읽으려고 맘 먹은 게 언제였는지도 잊어 버리고 있다가 "여하튼 호러가 필요해" 하는 갈증이 나서(?) 구해왔다.
단편 연작 소설로, 살인이나 비극적 사고에 엮인 사람들의 심리를 일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한다. 각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S라는 이니셜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끌어간다. 왜 하필 S 인 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사디스트를 의미하는 거로군 하고 자문자답했다. 등장인물들이 어딘가 '병들어있어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인데, 웃기게도 등장인물 하나가 독자에게 선포한다. "우리는 이상하지 않다".
마네키네코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언급한다. 마네키네코가 상징적인 요소로 계속 등장하는 소설이 있다고. 이 <술래의 발소리>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건 벌레와 소음. 몇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의 눈에 띠어 정신상태를 혼란스럽게 하는 곤충들을 상상하면 찝찝하고 텁텁한 느낌이 입에 턱 막히게 된다. 이러지마, 나 곤충호러 싫어해. 게다가 이 벌레들 때문에 상당히 애먹는 주인공들은 어딜 봐도 "이상하지 않지는 않다."
너무나 기대하고 읽은 건가. 처음엔 흡입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문자를 읽어내려가는데. 의외로 주인공들이 느닷없이 결정타를 날린다. 두서없이 공간과 시간을 헤매며 이야기를 하다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결정타를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슬쩍 던져버린다. 너무 당황해서 "잠깐, 못 들었는데 지금 뭐라구요?" 라고 묻기라도 하면 "못 들었으면 말고." 라고 할 것 처럼 소심하게. 기계적으로 읽다가 점점 빠져들게 되는 건 이런 예상치 못한 카운터펀치들때문이었다.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가 연상됐다. 태연하게. "그러니까 내가..."
앞의 이야기들은 꽤 흔한 소재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점차 미치오 슈스케란 사람의 상상력에 흥미를 느낀다. 아침 9시 막장 드라마도 한 장면 바꿔 충격적 호러가 됐다. 얼마든지 널리고 널린 흔한 이야기도 어떤 해결점을 보느냐에 따라 장르가 바뀌는구나 하고 생각.
주인공들의 추리와 고백에 의해 한 꺼풀 벗겨낸 수수께끼는, 또 다시 설명되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긴다. 주인공이 제시한 것이 진짜 답이었을까. 어떤 고서점주인이 그러길, "인간이길 그만두면 행복에 이른다"고, 분명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고 끝나는데도 등장인물들이 자기만의 행복에 도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술이 へ자가 된다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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