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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소설/리뷰] 악몽(조이스 캐럴 오츠) - 살에 와닿는 불안한 인간심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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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악몽(조이스 캐럴 오츠) - 살에 와닿는 불안한 인간심리

Zen.dlt 2016. 8. 10. 09:08


조이스 캐럴 오츠의 환상 호러 소설집 「악몽」. 도서관 신착 서양소설 코너에서 양장 옆 표지에 박힌 두 글자에 자동으로 끌렸다. 악몽. 오츠. 이 오츠에서 "혹 오츠이치가 이 오츠에서 유래한 건가? 그렇다면 이 조이스 캐럴이란 사람이 오츠이치에게 영향을 끼친 작가인 건가?" 하고 상상했지만. 오츠이치 필명에는 다른 유래가 있었다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악몽」에는 7 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오츠가 작품에서 그리고자 하는 인간 공포 심리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더도 덜도 말고 역자가 매우 잘 설명하고 있어 도움이 됐다. 역자는 오츠를 "악마만이 꿰뚫어 볼 것 같은 인간의 심연을 정교하고도 유려하게 재구성하는 독보적인 작가"라고 말한다. 그 말 그대로 7개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공포와 불안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상황과 정신 상태가 그려지고 있다. 평생 형제에 대한 열등의식으로 인해 비뚤어진 애정을 갖고 파멸해 버리는 <화석 형상> 과 <알광대버섯>. 갓 태어난 동생에 대한 질투 때문에 자기 위치를 위태롭게 느끼는 언니의 이야기 <아무도 내 이름을 몰라>.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악행이 거론되며 낯선 이에게 살인 당하는 공포 <배르셰바>. 남편을 잃은 여자가 참전 군인인 동네 남자에게 죄책감을 동반한 애정을 품는 <도움의 손길>. 불안에 의해 현실 감각을 상실한 미치광이 환자나, 실수를 저지르고 불안한 나머지 선량한 시민인 척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의사의 모습이 오싹한 <머리 구멍>. 다양한 상황에서 인간 의식의 흐름이나 심리를 치밀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머리 구멍> 은 정신 이상자의 불안과 궤변을 진땀 나도록 침착하게 그리고 있어서 더 그로테스크하다. <옥수수 소녀>를 읽고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떠오르는 건, 소시오패스 기질을 가진 어린이들의 잔혹한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옥수수 소녀>는 어린이의 악마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어린이 1인칭 시점이 사용되는데,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레저레는 무서워」도 비슷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역자도 말했듯이, 모든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사랑의 결핍"을 겪고 있다. 주인공들의 이상심리나 행동들이 마땅한 애정과 사랑을 잃었다는 비극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어쩌면 호러를 묘사하는 건 사랑이라는 상호작용이 결여 됐을 때의 문제점을 경각시키기 위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당신에겐 말하지 못할 비밀이 얼마나 있나요?" 어느 호러 소설의 첫 문구 였던 거 같은데. 오츠 작품 속 인물들은 현재의 불행이 과거 개인 욕망을 추구한 것에 의한 벌이라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고 하는 불안감. 그러면서도 주체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게 너나 나나 모두가 일상에서 겪는 일들이다. 그걸 웃음으로 그려내는지, 아니면 과장해서 호러로 그려내는지의 차이가 있는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각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안이 너무 실감나게 진행되어서였을까. 책 밖의 나한테도 불안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불쾌하고 숨막히는 감각을 느끼게 됐던 건. 역시 내 현실에서 호러 요소를 찾아내게 만드는 점 때문에 호러 소설은 '진짜로' 무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