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Dilettante Zen

[도서/리뷰] 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 대중의 광기와 개인의 생존 본문

Library

[도서/리뷰] 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 대중의 광기와 개인의 생존

Zen.dlt 2018. 10. 19. 11:02

우리는 다음의 주제들과 관련되거나 혹은 관련된 장면을 일부 보여주는 일련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접해왔다. 
죽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죽이고 살인 청부를 할 수 있는 살생부가 있다면? - 애니메이션 <지옥소녀>, <데스노트>. 
단 하루, 사람이 서로를 살해해도 되는 무법지대가 허락된다면? - 영화 <퍼지>. 
죽어야 하는 누군가가 온라인에 생중계 될 수 있다면? - 영화 <트랜스포머>. 
<내가 죽어야 하는 밤>은 이러한 상상의 요소들을 모두 조합한 소설이다. 독일 스릴러 소설 <눈알사냥꾼>의 저자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쓴 책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딸의 사고, 입원 소식을 듣고. 사고의 이유를 추적하다가 '8N8' 이라고 하는 온라인 단체에 다다른다. 이 8N8은 일년에 단 하룻밤, 요청받은 사람들 중 제비를 뽑아 살해 당할 희생자를 고르고 이 희생자를 사냥하는 사람에게 막대한 포상금을 주는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체이다. 이 얼토당토한 단체에 접속하여 자신의 이름이 등록돼 있으며, 심지어 희생자로 뽑혔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 이제 주인공은 또 다른 희생자와 팀을 꾸려 지정시간이 끝날때까지 생존하고 8N8의 흑막을 찾아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분위기는 <눈알사냥꾼>에서 느껴지는 것들과 거의 비슷한데, 아마 그게 피체크 개인 특유의 묘사력일 것이다. <내가 죽어야 하는 밤>과 <눈알사냥꾼>은 히피와 마초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흑막을 찾아나가는 구조의 측면에서큰 차이가 없다.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묘미로 나는 세가지를 뽑겠다. 무법지대에 대중이 보이는 폭력성과 광기를 어떻게 묘사하고 연구주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살해당할 위험에 쳐했을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선택은 무엇인가? 등장인물이 한정된 소설 속에서 과연 흑막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선 아래에 스포일러와 함께 덧붙이겠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이 책이 사실 대단할 것도 없는 요소와 기법들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만. 문학작품으로서의 기똥참은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무엇때문일까? 아마 온라인 게임이나 사냥 등 무언가의 활동을 통해 인간 본성의 폭력성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그 뿐이다. 



-스포일러-
무법지대에 대중이 보이는 폭력성과 광기를 어떻게 묘사하고 연구주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실제로 서브 주인공 아레추(또 하나의 제비뽑기 희생자)는 대중의 광기를 연구하기 위해 8N8 프로젝트를 가상으로 만들고 인터넷에 마치 '사실'인 것 처럼 유포했다. 대중의 광기를 연구주제로 삼는다라는 것을 소설의 주제로 삼는 게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자신이 살해당할 위험에 쳐했을 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선택은 무엇인가?: 죽은 척 하는 것이다. 주인공 벤은 자신이 죽었다고 위장함으로써 대중의 광기에서 벗어나고, 사건을 꾸민 흑막의 악수로부터도 벗어나기를 꾀한다. 사실 주인공이 자살했다는 부분은 독자에게도 '진짜'인 것 처럼 서술되다가, 소설 맨 뒤에 가서 그가 이름을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반전요소로 드러난다. 

등장인물이 한정된 소설 속에서 과연 흑막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이중인격의 활용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흑막이 소설 속에 계속 등장하고 있도록 만든다. 서브 주인공 아레추 라는 여자가 바로 8N8을 만들어낸 흑막 '오즈'의 이중인격이다. 아레추는 오즈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고, 오즈는 아레추를 알고 있다. 아레추는 실험을 구상하였고, 오즈는 실제로 컴퓨터 기술을 통해 이를 인터넷에 실현화시킨다. 아레추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게 오즈라는 타인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 오즈는 자기 자신이다. 살인의 밤이 종료되고 난 후에 보호시설에 들어간 아레추는 여전히 오즈가 자신임을 알지 못하고, 이를 본 벤은 약간의 씁쓸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