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tante Zen
[리뷰/인문]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국제 음식정치 본문
TED 강연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Tristram Stuart의 Food scandal 관련 강연이다. 선진국에선 매일 엄청난 양의 농산물 또는 가공 식재료들이 쓰레기통으로 간다. 당장 제삼세계 국가에서는 기아들이 죽어가는데도 선진국에선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선반에 쌓아놓고는 쓰지도 않고 버려버린다. Tristram의 화법이 유난히 설득력이 강해서인지 그 영상은 큰 인상을 남겼고 내 식품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하였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이란 책을 보자마자 Tristram의 TED 강연이 생각났다. 우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맛과 모양에 집중되지, 기아 문제나 국제 정세에 대해선 생각할 겨를이 많지 않다. 밥 먹으며 사람들과 정치 이야길 신나게 해도 막상 입에 넣는 음식과 정치를 연결시켜 생각해 볼 일 조차 거의 없을 것이다. 음식을 통해 정치 구조를 보고, 거대한 시스템에서 소비자가 받는 영향이 뭔지 알아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결국 시스템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힘은 대중의 솔직한 목소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저자 킴벌리는 국제 식품 유통 시스템의 역사를 돌아보고 기업 활동이 사회, 환경, 시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통찰력있게 소개 한다.
특정 음식들은 세계 음식 공급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하고 특이적인 위치를 차지 한다. 음식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게 된 건 유럽에 향신료가 유입된 것이 계기이다. 유럽은 향신료 생산 국가를 찾아 탐험을 떠나고 식민지 건설을 통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확립해 나갔다. 향신료 거래 때문에 화폐 경제와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도 발판을 마련했다. 식민지가 해방되고 향신료가 전 세계에 넘치도록 보급된 지금도 이분되어 버린 국제 역학 구조엔 변함이 없다.
신자유주의 시장 체계에서 거대 식품 기업들은 가장 적은 생산비용으로 식품을 생산하려고 한다. 거대국제기업은 노동력이 싼 후진국에서 작물을 현지인지 직접 재배하도록 한다. 이런 국제적인 기업 운영은 해당 후진국 지역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아동 노동 착취 문제가 발생하고, 현지의 비옥한 토양은 자국민이 소비할 식품이 아니라 해외 수출 식품 생산을 위해 소모되어 버린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자립을 좀처럼 이룰 수가 없다.
이런 윤리적 문제 때문에 공정무역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무역과 인권신장을 주장하는 관계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지고 공정무역품을 구입 하기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어획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가 지적된다. 특히 일본인들의 스시 사랑에 의해 국제 생선 거래를 증가하면서 먼 유럽 해양의 어류가 고갈될 지경이다. 서양에서도 스시 소비가 보편화 되면서 남획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양식이 대안이 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이 있으나, 여전히 양식산업도 기술적인 결함이 있어 꾸준한 발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책은 음식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국제 시스템에 의존해 있음을 보여준다. 맛있고 간편한 음식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자유 시장 경제 시스템의 어두운 측면을 부추긴다. 우리의 기호와 기업들의 행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때문에 불필요한 생산과 낭비가 이어진다. 인권 착취와 경제 불균형 구조도 더욱 악화된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과 환경에 대해 더 윤리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도 좋고,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아는 만큼 달라보이고, 주장하고 싶은 것도 달라진다. 음식을 정치적으로 보고 자기 주권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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