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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아야츠지 유키토 단편 - 안구 기담(스탠리엘린 오마쥬작품 수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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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 단편 - 안구 기담(스탠리엘린 오마쥬작품 수록)

Zen.dlt 2016. 4. 1. 14:05




비록 단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심리묘사가 세심하고 풍부했던 「안구기담」. 마치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엮은 것 마냥 다양한 주제와 분위기가 섞여 있어 매력적이었다.


뮤지션들이 앨범을 만들 때 곡의 순서를 정하는 데 고심하는 것 처럼, 작가도 단편집을 낼 때 이야기들의 순서를 정할 때 자신의 의도를 담는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이 「안구기담」도 아야츠지 유키토가 작품이 실린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했다고 한다.


재생

요부코 연못의 괴어

특별 요리

생일 선물

철교

인형

안구기담


「재생」은 자신의 몸이 도마뱀처럼 잘려나가도 계속 자라난다고 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은 남자가 겪는 이야기로, 신비로우면서도 고어적인 요소가 섞인 이야기여서 눈을 끄는 도입부다. 「요부코 연못의 괴어」는 미지의 생물에 대한 애정과 공포의 감정을 그리고 있어서 고전적 호러 소설 같으면서도 이토 준지의 호러 만화 「공포의 물고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별 요리」는 제목만 보면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이 많은 요릿집」이라는 환상소설을 떠올리게도 한다. 마니악한 식성을 가진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로, 음식에 대한 묘사나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 전개가 그야말로 '기담'이라 불리기에 아깝지가 않았다. 「생일 선물」이나 「철교」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난잡한 액자식 구성 때문에 흥미가 떨어졌는데, 이런 작품들을 일부러 중간에 배치한 것이 현명했단 생각이 든다. 「인형」은 인형에게 쫓긴다고 하는 빤한 소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흥미가 자극이 되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 되어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마지막 「안구 기담」. 역자는 왜 아야츠지 유키토가 「안구 기담」을 마지막에 읽을 것을 권하는지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며 좋은 서평을 부탁한다고 「엮은이의 말」에 전하고 있다. 그가 "유이의 여성성"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았다고 하는데, 그 점이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책 안의 일곱 이야기에는 모두 '유이'라는 여자가 등장한다(일본어판에서 유이라는 이름이 모두 같은 한자로 적혀져 있었을지 궁금하다). '그녀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 안에서 다른 인물로 나오고 있는데 인물 성향에서 어떤 공통점이 느껴지곤 한다. 작가가 「안구기담」을 마지막에 배치한 것은 의도적으로 반전의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고정된 '유이라는 여자'에 대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머리에 넣고 있다보면 「안구 기담」에서는 어느 정도 서술 트릭과 유사한 트릭이 완성된다. 나는 왜인지「안구기담」의 결말을 읽고 아비코 다케마루의 소설을 읽었을 때 그랬던 것 처럼, 다시 소설 앞장을 펼쳐서 재확인을 해야했다. 작가의 의도가 그런 데 있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벽돌 같이 무거운 추리 소설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부담이 되던 나에게 이런 단편집은 역시나 눈길을 이끄는 작품이 아닐수가 없다. 탐미적인 요소가 환상, 호러, 괴기 안에서 어우러지고 있어 기담 애호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던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