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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소설/리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 이대로 끝날까 보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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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 이대로 끝날까 보냐

Zen.dlt 2016. 10. 26. 19:10


이 소설에서 말하는 짐승들을 1인칭 시점에서 다뤄지는 주인공들에 제한하면 세 명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자영업을 접고 알바 인생이 된 노년의 칸지. 야쿠자에게 빚을 진 형사 료스케. 빚을 진 후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성매매에 뛰어든 쇼다 미나. 이들을 둘러싼 다른 인물들도 평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으니 짐승 부류에 들어가겠지만.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치매 노모를 모시며 발생하는 가족 불화, 돈 문제로 인한 부부생활 파탄, 야쿠자와의 유착으로 인한 파리목숨)안에서 현실의 괴로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좋았다. 특히 현대 사회의 그림자를 여실히 엿보게 하는 칸지의 이야기가 숨 막히도록 공포스러웠다.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길 읽고 나면 왠지 기력이 축 빠지게 되니까 유쾌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와 상황이 나오는 소설이다. 부정한 형사(료스케), 거액의 횡령금 같은 돈 문제가 나오는 이야기는 크게 흥미롭지가 않다. 하드보일드한 문체도 개인적으론 취향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야길 이끌어가는 문체와 편집 방식이 흥미로웠다. 조금은 독특한 액자 구성을 갖고 있어 이야기를 추리해가며 읽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시간 구성이 뒤죽박죽이냐하면 또 그것도 아닌데. 각 주인공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포개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잡다하거나 구체적인 설명 하나 없이도 완성된 그림판을 보여줬다. 이 소설이 갖는 미스터리의 정체도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건만. "역시 그 수수께끼의 인물이 너였던 거구나. 너무 쉬웠어" 하고 시시한 기분이 들지 않는 건 편집 방식이 신의 한 수였기 때문. 

역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읽으며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이나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이 연상된다고 했다. 사랑받는 다작 소설가들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건, 그만큼 충분히 대중성이 높은 작가라는 의미겠지 하고 생각. 《코》, 《침저어》는 예전부터 읽고 싶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과연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몰라 아쉽다. 

줄거리 정리(스포일러 주의! 결말 있음)>

칸지가 카운터 업무 알바를 하는 사우나에 험상궂은 남자가 의문의 보스턴백을 맡겨놓고는 사라진 채 돌아오지 않는다. 그 손님을 받았던 칸지가 백을 열어보자 안엔 돈다발 투성이다. 처음엔 무서워서 그저 외면하던 칸지는 치매 노인의 병원비, 돈을 꿔달라는 친딸, 아내의 입원, 이 문제들이 겹치자 며칠 후 창고에 두었던 보스턴백을 집으로 가져온다. 
쇼다 미나는 금융투자를 잘못해 큰 빚을 진 후 남편에게 폭행을 받고 있다. 온라인 성매매를 하다 손님인 연하남과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이 연하남이 미나의 남편을 죽여준다고 하고, 미나는 곧 사망보험금 수급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신야는 실수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죽여버리고, 이 때문에 갈등하던 미나는 신야 마저 죽여버린다. 살인 직후 혼란에 빠진 미나는 업소에서 만난 물장사 사장 사이조 시노부란 여성에게 의지하며 매달린다. 
료스케는 에스테 운영 사장인 최영희와 애인 관계였는데. 료스케가 야쿠자에게 빌린 돈을 들고 최영희가 행방불명된다. 고다파에게 살인 위협을 받으며 료스케는 최영희의 행방을 찾는데. 의문의 토막살인 시체가 발견되어 서에서 난리가 나고. 허벅지만 발견된 사체의 특징(허벅지의 호랑이 문신)때문에 료스케는 시신이 최영희라는 걸 알게 되지만. 최영희와의 부정이 드러날까 겁이 나 이를 숨긴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죽은 줄 알았던 최영희가 들어와서는 료스케에게 매달리고 료스케도 받아들인다. 최영희는 야쿠자 고다를 죽이는데, 고다파는 료스케의 짓으로 생각하고 그를 쫓는다. 료스케는 최영희가 숨겨둔 돈다발 보스턴백 3개 중 하나를 들고 튀다 사우나로 들어갔고. 잠시 담배 사러 나갔다가 고다파에 의해 살해 당해, 보스턴백은 사우나에 남게 된다. 
사이조 시노부는 자기를 믿는 쇼다 미나를 약으로 잠재우고 다리에 자신과 같은 문신을 넣은 후 미나를 토막살인한다. 그리고 미나가 받은 남편 보험금 1억을 챙긴다. "중국인에게 쫓기고 있어." "1억엔이면 많지" 하는 등의 대사는 사이조가 최영희이며, 최영희가 신분을 자주 갈아치웠음을 암시한다.
칸지를 찾아온 한 여자 형사는 보스턴백을 가져간 걸 다 아니 내놓으라고 하는데. 형사는 사실 사우나 지배인에게 듣고 모든 걸 알게 된 최영희다. 칸지는 형사가 아님을 알고 최영희와 대치하다 소중한 집을 홀랑 태우고 겨우 도망쳐 나온다. 불길 속에서 보스턴백을 쥔 최영희(쇼다 미나)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불탄 집을 보며 칸지는 "이대로 끝날까 보냐" 하고 의지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