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tante Zen
[도서/리뷰]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 - 억제되지 못한 살인 본성 본문
나는 해럴드 셰터가 쓴 《연쇄살인범 파일》이라는 책을 메모까지 하며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서점을 서성이다 발견한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이란 책을 발견한 순간 《연쇄살인범 파일》이 연상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읽어보니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은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하고 있는 독특한 책이었다. 알고보니 저자 이수광 씨는 과거의 팩트에 살을 붙이는 팩션 작가로 이름 나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잭 더 리퍼, 에드 게인, 테드 번디 등과 더불어 한국의 유영철, 김대두, 우범곤 등이 일으킨 범죄 현장을 소설 형식으로 묘사한다. 연쇄 살인과 관련된 범죄 실록 중엔 주로 해외에서 출간된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보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연쇄살인범 파일》에서도 살인마가 탄생하는 생물학적, 정신학적인 기전에 대해서는 가설 정도가 제기되었을 뿐이고, 주로 살인마의 엽기적 행각을 유형화 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 에서는 명확하게 인간 유전자 속에 살인과 폭력의 본성이 새겨져 있었으나,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이 도덕성을 갖추게 되면서 이러한 살인 본능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의견을 밝힌다. 우리 주변의 광적인 연쇄 살인마들은 지속적으로 솟구치는 살인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연쇄 살인 또는 대량살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란 주장이다. 기근, 전시 상황, 군국주의 사회, 불우한 가정사, 여성에 대한 증오 등 다양한 원인들이 살인 충동에 영향을 줌을 보여주는 저자의 통찰에 감탄한다. 책 속에 담긴 살인마들도 이런 다양한 요인들을 골고루 보여줄 수 있는 인물들로 추려진 것 같다.
1장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이란 제목, 2장은 광기의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8명의 살인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1장 또한 광기의 연쇄 살인이라는 이름 아래 2장 아래 포함되는 내용일 것 같은데 구태여 1장과 2장으로 분리해놓은 것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모든 연쇄 살인이 부녀자를 노리거나 그러지 않거나 하는 두 종류의 유형만 있는 것 처럼 오해가 될 것만 같았다. 과거의 연쇄 살인자 중에는 남녀 가리지 않고 성적 유린과 살인을 자행한 범죄자도 있었건만.
한편 분량의 많은 장면이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한 데 비해, 체포 과정은 매우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체포 상황에 대해선 정보가 많지 않았던 것일까?) 또 대부분의 살인마들이 범죄를 저지른 시기가 1950년대 이후 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인 것이 아쉽다.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기 살인마가 없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우연의 결과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한 편으로 끝내기 아쉬우니 다음 편이 또 나왔으면 하는 책이다.
「동물들이 살육하는 것은 오로지 먹을 것을 위해서고종족보존을 위해서다. 그러나 인간은 오락이나 유희로 살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 하다고 생각된다.」 -98 p
「존 노먼 콜린스는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살인본능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인간은 누구나 살인본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이성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는 살인이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127 p
「1970년대에 현대 범죄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중요한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왜냐하면, 테드 번디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살인자가 화이트칼라층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중략). 테드 번디의 연쇄 살인은 범죄학적 측면에서도 많은 교훈을 남겼다.」 - 152 p
「하지만 소문처럼 자신이 외조부인 사무엘 코엘의 아들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폭력적인 외조부인 사무엘 코엘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여 테드 번디를 낳았다면 머릿 속이 뒤집어졌을 것이다.」 - 156 p
「테드 번디 연쇄 살인사건은 20세기 범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살인 본능이 폭발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많은 범죄학자가 그를 연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172 p
「연쇄 살인사건은 연속살인과 대량살인으로 분류된다. 대량살인은 대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분노조절장애가 살인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발생한 토이 무츠오 사건이나 한국의 경남 의령에서 발생한 우범곤 순경 사건도 분노조절장애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262 p
「토이 무츠오의 난동 살인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도 한몫 하고 있다. 그는 검은 제복을 입은 일본군처럼 검은 교련복을 입고 각반을 차고 일본군 흉내를 냈다. 이런 심리는 일본인들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심리가 배경에 깔렸다고 보아야 한다.」 - 277 p
「인류가 영장류에서 진화를 시작하여 원시시대에 생존을 위해 공격과 살생을 한 것이 인류의 공격적, 폭력적 성향으로 유전자에 잠재하고 있다가 외부적,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살인욕망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랬던 인류가 사회적 동물이 되고 문명과 도덕성을 갖추게 되면서 이러한 성향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돌연변이처럼 살인의 본성이 되살아나 연쇄 살인마와 대량살인마가 등장하고 있다.」 - 278 p
「즉, 누구나 살인의 본성을 갖고 있지만, 살인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억제하고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 279 p
「에드 게인이 왜 시체놀이를 즐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해도 그가 자란 음습한 환경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 297 p
「토이 무츠오의 대량 살인, 우범곤 순경의 난동 살인은 군국주의와 전두환 군사정권치하에서 일어났다. 군국주의와 군사정권은 폭압적이라 시민들의 자유 의지가 상실된다. 자유의지에 대한 상실은 공포에 주눅 들게 하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본성을 폭발시키기도 한다.」 - 327 p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자기 생각을 바탕으로, 증오와 분노의 감정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상태가 계속되면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328 p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을 면치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과도한 분노와 소외감이 폭발하면 언제든지 이러한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 367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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