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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화가 (미쓰다 신조 집 시리즈 2) - 미쓰다 월드 차곡차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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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화가 (미쓰다 신조 집 시리즈 2) - 미쓰다 월드 차곡차곡

Zen.dlt 2016. 10. 4. 00:45


종종 '미쓰다 월드'란 말을 듣곤 하지만 왜 그런 말이 있는 걸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때가 《사상학 탐정 - 1권》이 나왔을 때였다. 이후 《사관장+백사당》, 《노조키메》, 《괴담의 집》, 《흉가》 등이 출판되면서 납득하게 된다. 미쓰다의 소설은 지나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형화 되어있다. 

《화가(まがやmagaya)》는 3부작인 '집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다. 평온해야 할 내 집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혼령이나 원혼들이 찾아와 집 주인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화가》에서도 첫번째 시리즈 《흉가》와 마찬가지로  어린 중학생 남자아이가 괴기한 존재들에게 의문의 습격을 받고, 사건의 전모를 추리한 후, 기지를 발휘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나간다. 

주인공 무나카타 코타로는 1년 전 사고로 양친을 잃고, 할머니와 치바를 떠나 무사시 나고이케라는 지역으로 이사를 온다. 처음 오는 동네이지만 어째서인지 골목과, 새로 살게 된 집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할머니가 일 하러 나간 동안 코타로는 집 안에서 이상한 기척을 느끼는데, 점차 기척이 명료해져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검은 형체'가 되어 코타로를 쫓는다. 코타로는 마을의 동급생 '오이카와 레나'에게 모든 일을 고백하고, 레나의 도움으로 사실 자신이 이사온 집에서 예전에 일가족이 참살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심지어 그 사건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데, 이 저주를 끊기 위해 코타로와 레나는 작전을 짠다. 



전작 《흉가》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다소 심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화가》도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중반까지는 도저히 재미가 없어서 읽다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쭈욱쭈욱" 이니, "철퍽"이니 의성어를 사용한 장면 묘사도 어디 하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고, 코타로가 모든 걸 추리하고 이야기의 결말이 밝혀지는 '15장 종지부'에 가서야 드디어 좀 읽는 맛이 난다. 전체적으로 사건의 전개나 결말이 너무 뻔하다. 대체 왜 처음 오는 동네가 낯설지 않게 여겨지는 것인가 하는 미스테리의 답은 너무나도 뻔하지 않겠나. 그리고 예상은 적중한다.

《흉가》나 《화가》가 패러랠 월드처럼 비슷한 전개를 보이는 건, '집 시리즈'니까 의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미쓰다가 '집'을 소재로 한 소설은 '집 시리즈'만이 아닌데, 《기관-호러 작가가 사는 집》에서도 '인형장'이란 서양식 저택이 호러의 무대가 되었다. '집 시리즈' 이외의 작품들도 모두 무대나 인물 관계에 대한 설정이 하나 같이 비슷하다. 덕분에 《흉가》의 결말을 간파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수준이다. 다른 작품들에서는 '민속 신앙'이 주요 소재가 되고 있는데, 역시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의문의 존재에게 추격 당한다고 하는 상황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노조키메》에선 누군가가 바라보는 시선이 뒤를 쫓아 오는 장면이 나오고, 《사관장+백사당》에서는 뱀신에 씌인 걸로 추정되는 기이한 여자에게 쫓기는 장면이 나오다. 《괴담의 집》에서는 '와레온나'라고 하는 괴물에게 쫓기던 소년이 저택에 숨어들어 대치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어쨌든 그는 (지겨우리만큼) 좋아하는 스타일을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런 '집'을 소재로 한 공포를 자주 묘사하는 건 미쓰다가 '서양 저택 괴담'에 매료되어 있으며, 관련 서적 편집을 맡은 적이 있다는('작가 시리즈'를 통해 유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국내에도 미쓰다의 옛날 작품까지 하나하나 번역되어 오면서 '미쓰다 월드'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킬링 타임 수준인 옛 작품들이 최근에 번역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워낙 작품 수가 적은 '호러 시장'에서 미쓰다의 작품이 있어주는 것 자체가 의미있어 보인다. (...그래도 《사상학 탐정》은 최근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도조 겐야 시리즈보다 나아진 게 없다.) 미쓰다가 '도조 겐야 시리즈'나 '작가 시리즈'를 낼 생각 없이  한 동안 '사상학 탐정' 시리즈에만 전념하려는 생각이라면, 그것 참 편안한 활동이군요. 이미 당신에겐 충분한 네임 밸류가 있으니. 


본문 중>
「도쿄 도심에서도 꽤 떨어진 무사시 나고이케라는 낯선 지역에 있는 우누키 마을 히가시 4번지 거리가 낯익다니, 어떻게 생각해봐도 이상한 일이다.」 - page 9

「"나는 오이카와 레나야. 코타로도 다음 달부터 나고이케 중학교 1학년이지? 나도 그래. 말하자면 우린 이웃이자 동급생이야."」 - page 20

「"첫 번째는 '인형장'이라고 불리는 서양식 저택인데, 어떤 작가가 살고 있었지만 그 집을 무대로 한 괴기소설을 쓰는 동안에 머리가 이상해져서 그대로 행방불명되었대."」 - 63p

「고타로가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계속해서 팔이 뻗어 나온다. 코타로가....... 팔이 뻗어 나온다...... 팔이 뻗어 나온다. 팔이 뻗어 나온다. 쭈욱 하고 팔이 뻗어 나온다. 쭈욱쭈욱 하고 팔이 뻗어 나온다. 쭈욱쭈욱 
쭈욱쭈욱 쭈욱쭈욱 하고 팔이 뻗어나온다...... 어느샌가 뱀처럼 늘어난 팔이,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길이의 팔이 미닫이문 틈새에서 코타로의 발밑까지 뻗어 나와 있었다.」 - 115 p 


줄거리 정리 (스포일러! 미리니름 주의!)>
코타로가 이사온 집은 마을에서 괴물의 집이라 불리는 4개의 집 중 하나이다. 코타로와 레나가 도서관에서 과거 신문기사를 뒤져보니, 10년 전 집에서 일가족 참살 사건이 일어났는데, 가족의 이름은 '무나카타'. 고타로는 그 집의 막내 아들로, 3살 때 일어난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코타로와 레나가 코쿠보 영감을 찾아가 진상을 아는지 물으니, 범인은 '카미츠케' 가의 아들 '군지'였다. 그는 마을에서 모시는 카즈사 산의 신령을 맹신했지만 입시 실패 이후 화가 나 신령을 모신 사당을 파괴해버린다. 이후 마을 사람들이 집 위치 순서대로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자기 집' 순서가 오기 전에 먼저 다음 순서인 코타로 집의 일가족을 죽이기로 하고 사건을 일으킨다. 군지는 코타로를 죽이기 전에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한다. 코타로는 '군지'의 영혼이 그 집에 남아, 막 사건일의 10년째가 되는 날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데까지 추리해내고. 레나 오빠의 가정교사 '시미에'가 오컬트 지식을 발휘해, 코타로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장치해놓고 간다. 하지만 실은 '시미에'가 코타로를 노리고 있단 걸 코타로도 알아차리고 있었고, 시미에가 군지의 여동생이었음이 밝혀진다. 또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레나의 신고로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시미에가 사살된다. 
이후 코타로는 성인이 되어 레나와 결혼해 아이를 갖는데, 코타로와 골목에서 지나쳐 지나간 아이와 노부인의 대화가 "큰아버지(군지)와 어머니(시미에)가 못다 한 유지를, 네가 잇는 거란다. 츠카사......" 하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