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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소설/리뷰] 드래곤플라이 (가와이 간지) - 시리즈가 되어 컴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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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드래곤플라이 (가와이 간지) - 시리즈가 되어 컴백

Zen.dlt 2017. 1. 19. 01:14

전작 『데드맨』에 등장했던 가부라기 조사단의 4인방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주인공 가부라기 형사는 『데드맨』의 사건 이후로 팀웍을 확인한 가부라기는 이번 엽기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세 명의 조력을 구하고자 정식 요청한다. 가부라기는 육감이라는 게 강하여 사건에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들에 주목하며,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사건을 대하지만 뛰어난 발상 덕분에 진상을 파헤치는 능력이 있다. 가부라기의 동기 마사키는 건들건들하면서도 열혈적인 성격이 특징이다. 과학경찰연구소의 사와다는 해부학에 대한 지식도 훌륭하지만 사건의 모순점과 이치를 꿰뚫는 데에 탁월할 재능이 있다. 가부라기의 후배인 히메오 순경은 경찰 마니아이며 젊은 혈기로 인해 욱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디서 미리 백과사전이라도 읽고 왔나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지식들에 능하다. 


『드래곤플라이』에선 내장이 모두 제거된 채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되어 가부라기 팀이 이를 추적한다. 이들은 시체 옆에 있던 잠자리 목걸이의 제작소가 있는 군마현까지 이동하고, 여기서 시체의 신원이 가와즈 유스케라는 남자라는 걸 알게 된다. 가와즈의 관계인을 조사하는 와중에, 댐 건설 관계자 및 마을 촌장 사이에 비리가 있음을 현지 경찰로부터 듣게 된다. 군마현의 히류 촌이 히류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있다. 이들은 이제 살인 피해자의 지인 중 이즈미라는 여자를 찾아가고, 그 여자의 부모가 20년 전 집에서 강도에게 의문의 살인을 당했단 사실을 알게 된 후, 20년 전 사건과 가와즈 살인 사이에 연결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비리를 갖고 있는 마을 촌장이다만 그는 범행을 부인하고. 해외 도주 계획을 짠다. 이제 촌장이 도망가기 전에 가부라기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드래곤플라이』는 너무 올소독스(orthodox)하다.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적 대상이 지명과 연결되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 네 명의 캐릭터들이 팀웍을 보여주는 영웅적인 구조. 지나치게 엽기적인 살해 장면. 이런 올소독스한 구성요소 때문에 드래곤플라이 초반부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데드맨에서, 짧은 분량임에도 치밀한 캐릭터성을 드러내어 극찬을 받았고 차기작으로까지 이어졌는데. 그래서 '시리즈물'로서의 성향이 지나치게 강해졌다. 이 소설에서 '캐릭터성'을 빼면 남은 것들은 많지 않아지게 된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장면과 행동에 대한 시각적 설명이 지겹게 많아지는 것이 왜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자연, 경광에 대한 묘사 때문에 오히려 인물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도드라지고 유치하게 느껴진 것 같다. '마사키'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가장 거북스러웠던 건,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고 해야할 것 같다.


전작에 더해, 이번엔 새로 등장한 다타리라는 별명의 사이키 경정을 매력적인 엘리트 캐릭터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다분히 보여 유치했다. 늘 주인공 4인방과 대립하며 인정이 없고 엘리트 주의에 빠진 인물로 보이지만 실은 뒤에서 이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라고 하는 전개. 지극히 드라마틱하다. 그리고 살인사건과 거대 건축기업의 비리를 둘러싼 피해자들의 서글픈 이야기가 굉장히 부각되고 있다. 주인공 4인방을 제외한 모두에게 열린 힌트가 피해자 내면의 시점에서 전부 제공되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이런 면은 전작 『데드맨』에서도 그러했다. 피해자와 범인 시점의 글이 중간중간 들어가고. 사건을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정의롭고 순수한 감정도 (손이 오그라들게) 계속 묘사되고 있었다. 『드래곤플라이』는 오락성으로 단단히 무장했고, 시리즈물의 매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대신에 뭔가 뜨뜻미지근한 추리이야기가 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