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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소설/리뷰] 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 이론적 호러와 체험적 호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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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 이론적 호러와 체험적 호러

Zen.dlt 2016. 12. 14. 14:39

[도서]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저/김미영 역
창해(새우와 고래) | 2009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론적으로는 멋진 호러소설이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13번째 인격>은 <검은집>으로 유명한 일본작가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다카하시 도시오 교수는 저서에서 <13번째 인격>을 매우 주목해야 할 호러 소설로 추천하고 있다. 분명 호러 문학으로 분류되는 13번째 인격. 하지만 읽으면서 소름 돋는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다카하시 교수의 추천을 토대로 해서 제멋대로 <13번째 인격>의 내용을 상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카하시의 이론은 패전, 한신대지진, 버블경제 붕괴 등의 재앙을 한꺼번에 겪은 일본 사회에서 '이해불가한 것에 대한 저항감'이 싹튼 것이 호러 문화 발전의 계기가 된 것으로 설명한다. <13번째 인격>에서는 한신대지진잉 일어나고 일주일 후, 주인공 치히로 소녀의 의식 안에 13번째 인격인 '이소라(ISOLA)'가 생겨났다. 하지만 <13번째 인격>을 읽은 지금에서 느끼는 건 '한신대지진'이 치히로라는 소녀로 대변되는 '일본인'들의 공포와 암담함을 일깨우고 그 결과 의식붕괴를 일으키게 된다라는 점을 설명한 건 아니란 거다. 한신대지진은 단지 ISOLA가 탄생하게 된 물리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ISOLA가 탄생한 데에는 '배신'당했다고 하는 '감정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다카하시 교수가 '재앙으로 인한 일본인의 공포'를 표현하는 대표 문학으로 <13번째 인격>을 언급하는 건 왜인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다카하시 교수가 말한 "여러가지 요소의 왜곡, 다른 영역의 혼합, 아름다운 것과 기괴한 것, 오싹한 것과 짜증나는 것의 공존, 환상이나 꿈깥은 세계로의 소외, 무서울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것, 설명하기 힘든 암울한 것"이라고 하는 그로테스크한 표현의 효과에 견주어 생각한다면 <13번째 인격>은 명백한 호러 소설이라고 납득하게 된다. 


-여러가지 요소의 왜곡: 치히로 인격변화 시의 표정 변화. ISOLA 의 거미같은 외모. 

-아름다운 것과 기괴한 것: 유카리의 아름다운 외모와 야요이(ISOLA)의 추녀같은 외모의 대비.

-오싹하고 짜증나는 것: ISOLA의 히스테릭하고 가학적인 웃음소리와 깊은 증오.

-환상이나 꿈같은 세계: 치히로의 사후체험, 야요이의 유체이탈, 유카리의 엠파씨.


그런데도 이상하게 체감되는 공포가 옅은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너무 나약하고, ISOLA 역시 끝까지 모질거나 처절하지 않은 점 때문에 약간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 애초에 몸을 떠난 영혼이 타인의 몸에 기생한다는 설정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아 오히려 이야기의 밸런스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줄거리 정리(스포일러)

유카리는 한신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카운슬링 자원활동을 통해 치히로라는 소녀를 만난다. 엠파씨 능력(타인의 감정을 의식속 목소리와 영상을 통해 인식하는 초능력)이 있는 유카리는 치히로 안에 13명의 다중인격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마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사후체험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중인격이 된 것 같다. 그런데 13번째 인격인 '이소라(ISOLA)'는 다른 인격들과 달리 성향 파악이 어렵고 엄청난 증오심을 발산하고 있다. 치히로의 고등학교 임상심리사였던 히로코와 유카리는 협심하여 치히로의 인격 통합을 돕기로 하는데. 병원에서 퇴원한 치히로는 돌연 비협조적이 된다. 게다가 치히로 속 이소라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이는 특이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여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이소라가 밝히는데, 상대방의 몸 속에 들어가 의식이 닿지 않는 심장 근육에 직접 작용하여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능력이다). 히로코로부터 지진 이전에 치히로의 사후체험을 연구하고 싶어 안달이었다는 '야요이'라는 심리학자가 있었단 얘기를 들은 유카리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 야요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야요이는 이미 지진 때 실험 도중 사망했고, 동료 연구자였던 마나베 교수를 만나 이야길 듣는다. 유카리는 마나베와 야요이의 실험의 내용을 추정하여 야요이가 지진 당시 '유체이탈' 실험 중이었고, 지진 때문에 몸이 죽자 돌아오지 못하게 된 영혼이 치히로 몸에 들어가 13번째 인격 이소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ISOLA는 유체이탈 실험용 탱크 Isolation Tank에서 유래했다). 유카리와 마나베가 이소라를 찾아내고, 이소라는 실험 때 자신을 버리고 혼자 도망친 마나베가 자신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마나베의 의식 속에서 융합한다. 하지만 마나베는 바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이소라와 함께 자살해버린다. 치히로는 이소라를 잃고 '쇼코'라는 새로운 인격을 형성하였다. 유카리는 쇼코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고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쇼코는 영혼이 몸에서 이탈한다는 뜻으로, 이소라의 능력에 영향을 받았는지 영혼을 이탈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치히로에게도 생겨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