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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소설/리뷰] S.T.E.P. 스텝 (찬호께이 x 미스터팻) - 범죄 예측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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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리뷰] S.T.E.P. 스텝 (찬호께이 x 미스터팻) - 범죄 예측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라

Zen.dlt 2017. 4. 25. 07:14

찬호께이의 스토리. 미국 오클라호마 주, 2023년. 죄수 형량제도라는 것이 실시되는데, 이는 재소자들은 그들의 심리 상태를 기반으로 형량과 출소가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시스템. 하지만 이 시스템을 속이고 출소 판정을 받은 매슈 프레드라는 남자가 다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자 시스템 안정성에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한편, 일본에서는 오클라호마 주의 죄수 형량제도를 차용한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마찬가지로 시스템을 속이고 출소한 청소년 범죄자가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한다. 조사관 료코는 탐정 페이 메이구를 찾아가 시스템을 속이고 소년의 탈주를 돕게 한 범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그런데 이 페이 메이구에게는 시간을 몇 번이고 역행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데...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소설은 범죄소설, 추리소설, 그리고 SF 소설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특히 최근의 추리소설들이 SF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SF를 지향하고 있다는 게 특징점이라고 하겠다. 특히가상세계, 평행세계가 등장하기 때문에 각 챕터는 현실이었다가도 다른 챕터에서는 '가짜'가 되기도 하는 점이 묘미이다. 

또 소재 자체도 미디어 매체에서 흥미롭게 다뤄오던 인공지능, 범죄 예측 시스템, 시간 여행, 기억 조작 등을 차용하고 있으니 흥미롭지 않다고 할 수 없겠다. 영화 <Ghost in the shell (공각기동대)>나 애니메이션 <싸이코패스>도 이런 소재들로 성공을 이루어낸 걸 생각하면, 소재 자체는 훌륭하다. 동일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같이 짜내려고 한 찬호께이와 미스터팻 두 작가의 콜라보도 박수칠만 하다.

그런데. SF소설을 읽을 때면 나는 늘 문장과 구조의 어색함 때문에 느껴지는 오글거림과 지루함을 참아내야만 한다. 나는 SF작가들이 소설에서 사용되는 과학적 지식이나 이론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데에 너무 너무 공을 들이는 나머지 '소설'이 가져야 하는 맥락성을 잠시 잊고 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적어도 찬호께이는 이런 맥락성은 잊지 않고 소설의 긴장감과 문장의 유려함을 유지한 채로 SF요소를 들이대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스터 팻의 소설은 복잡하게 꼬이고 어지럽혀진 수수께끼의 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문단 중간 중간에 암호 같은 소제목을 달아 놓고 그것의 정체를 알리지 않는다. 테이블 그림까지 동원하면서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트릭을 구구절절 설명한다. 그저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대화, 스토리가 약간 섞여져 있을 뿐인 수수께끼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 계속 지루한 감상이 들끓었다. '범죄자의 수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수수께끼는 상대적으로 적은 찬호께이의 챕터가 훨씬 '소설'로서의 매끄러움을 유지하고 있어 좋다고 보았다. 찬호께이 x 미스터팻의 콜라보레이션은 미스터팻에게 의문의 한 패를 안겨주지 않았나 하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