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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Zen
책은 첫장에서 지위, 불안이라는 단어를 사전적으로 정의하면서 앞으로 책에서 어떤 부분을 논의해 갈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책 제목 『불안』은 지위(사회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 신분)의 관점에서 사회가 제시한 일정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여 존엄성을 잃을 것 같다는 심리적 상태를 제한적으로 지시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한정적 개념에서의 '불안'이라는 감정이 촉발되는 원인을 심리학, 역사, 사회과학, 인문학, 경제학 등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짚어내려 하고 있다. (책 표지에서 '심리철학서'라고 하고 있는 것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인 듯하다.) 알랭은 인간이 성공과 지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것은, 지위가 결국 인간의 도덕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하는 이데올로기가 만연해졌기 때문..
고전 소설 E-book 목록을 뒤지다가 이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이 책이 '쌍둥이'의 아이덴티티를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5년에 걸쳐 3부작으로 완성한 이 소설은, 원래는 연작으로 낼 계획이 없이 시작되었으며, 한국에서 번역될 때 한 권으로 묶여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 알파벳 순서만 바꿔 이름을 지어 더더욱 동일하게 느껴지는 쌍둥이 형제. 1부는 이 쌍둥이 형제가 전쟁 탓에 할머니 집에 맡겨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혹독한 훈련을 통해 고난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고자 한다. 겨우 여덟살 남짓의 소년들이 보여주는 잔인한 면모는 전쟁을 떠나서, 인간 자체의 어두운 본성을 보여주..
젊음을 유지한 채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세상이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지식을 쌓고,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탐닉할 수 있는 그런 영겁의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런 영겁의 삶 속에서 짊어져야 할 괴로운 고통이란 건 어떤 것일까. 그걸 상상해볼 수 있는 소설이 『염마이야기』이다. 이치노세 아마네는 신센구미에 잠입한 밀정 사무라이였는데, 우연히 부상을 입은 그를 문신사인 호쇼가 데려다 고쳐 주고 손바닥에 염마란 글씨를 새긴 것이 계기가 되어 불사의 몸이 되고 만다. 호쇼 노인은 죽기 전에 불로불사의 염마 신귀를 새기고 싶은 강한 욕구를 실현시키고 싶어했던 것이다. 호쇼의 문신은 신귀를 몸에 새기는 것으로, 숙주는 신귀의 지배를 받으며 그의 욕구를 ..
「20XX년. 흉악한 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일본에서 치안유지와 공평성을 중시한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바로 '복수법'이다. 복수법은 범죄자에게 당한 피해 내용을 고스란히 합법적인 형벌로 집행하는 법률이다.」 작가는 이런 극적인 선택을 한 가상의 일본 사회를 세팅하고, 복수를 집행하는 사람을 감시하는 복수감찰관 '도리타니 아야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도리타니는 3년 간 복수집행자들을 가까이서 감찰하는 일을 하면서 이 일을 하기엔 자신이 너무 정이 많아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 심지어 그는 벼랑에 선 집행자들의 마음에 위안과 용기를 주기까지 한다. 집행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지고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도리타니. 3년의 업무 끝에 결국 그도 어떤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