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ttante Zen
TED 강연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Tristram Stuart의 Food scandal 관련 강연이다. 선진국에선 매일 엄청난 양의 농산물 또는 가공 식재료들이 쓰레기통으로 간다. 당장 제삼세계 국가에서는 기아들이 죽어가는데도 선진국에선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선반에 쌓아놓고는 쓰지도 않고 버려버린다. Tristram의 화법이 유난히 설득력이 강해서인지 그 영상은 큰 인상을 남겼고 내 식품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하였다. 이란 책을 보자마자 Tristram의 TED 강연이 생각났다. 우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맛과 모양에 집중되지, 기아 문제나 국제 정세에 대해선 생각할 겨를이 많지 않다. 밥 먹으며 사람들과 정치 이야길 신나게 해도 막상 입에 넣는 음식과 정치를 연결시켜 생각해 볼 일 조차 거의 ..
아야츠지 유키토의 「안구기담」에 라는 단편이 실려있다. 이제껏 본적 없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이었는데, 원래는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라는 작품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탠리 엘린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21세기 일본 소설이, 이제 20세기 서양 미스테리 세계로 빠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 「특별요리」는 스탠리 엘린의 를 비롯한 기타 단편을 엮은 모음집이다. 각 단편들 모두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고 박력있는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상상력 넘치는 상황 설정 또한 눈부시다. 등장인물들은 욕망, 질투 때문에 도덕성도 져버리는데 기대와 신념이 무너지고 결국은 '완벽한 딜레마'에 빠져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암시적인 묘사 만으로도 후일에 대한 더이상의 설명은..
비록 단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심리묘사가 세심하고 풍부했던 「안구기담」. 마치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엮은 것 마냥 다양한 주제와 분위기가 섞여 있어 매력적이었다. 뮤지션들이 앨범을 만들 때 곡의 순서를 정하는 데 고심하는 것 처럼, 작가도 단편집을 낼 때 이야기들의 순서를 정할 때 자신의 의도를 담는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이 「안구기담」도 아야츠지 유키토가 작품이 실린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했다고 한다. 재생요부코 연못의 괴어특별 요리생일 선물철교인형안구기담 「재생」은 자신의 몸이 도마뱀처럼 잘려나가도 계속 자라난다고 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은 남자가 겪는 이야기로, 신비로우면서도 고어적인 요소가 섞인 이야기여서 눈을 끄는 도입부다. 「요부코 연못의 괴어」는 미지의 생물에 대한 애정과 공포..
미쓰다 신조의 이란 신간이 출간된 것을 보고 뒤늦게 어찌나 기뻐했는지. 미쓰다 신조 작품이 '미즈치처럼 가라 앉는 것' 이후로 활발히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 출간되자 마자 바로 본 것은 아니지만, 꽤나 빠른 시기 안에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젠 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거 같은데." 단편 같은 모음집 아닌 모음집인 너(?) 엔 다섯가지 괴담이 실려있다. 시대도 지역도 다른 곳에서 다섯 개의 가구가 겪은 몹시 공포스러운 사건에 대한 기록들이다. '공포의 저택'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소설 속에선 주인공 미쓰다 신조가 다섯 이야기 중 네가지 이야기들을 가져온 편집자 미마사카 슈조라는 청년과 괴이의 정체를 추측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모래 위에 지은 누각 '사고루'라는 이름의 건물. 그 건물 꼭대기 층에서 다양한 분야의 거물들이 초대받아 '기담'을 주고받는 모임을 가진다. 거짓도 미화도 있어선 안되고, 들은 이야기는 어디에도 발설해서는 안된다. 그 날밤, 다섯 가지의 기담이 사고루 꼭대기 층에서 이야기된다. "신기하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을 보면 모두 진실한데도, 그 런 진실된 인간들이 모이면 어째서 이런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는 건지. 그러고보면 인간이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신이 만든 가장 열등한 생물이란 느낌도 드오.(본문 중)" 사고루기담의 이야기는 일본 버라이어티에서도 좋아하는 소재인 귀신이 나오는 부류의 그러한 기담은 아니다. 사람의 삶 속에서 조우하게 되는 기이한 일들을 이야기로 하고 있는데, 그 근간이 인간의 탐욕..